전통적인 쇼 대신 전시라는 형식을 택한 이 디자이너는 순수한 라인의 끊기지 않는 정밀함과 꽃 처럼 만든 프릴의 가벼움 사이에서 드러나고 있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DNA를 다시 각인시켰다.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는 극단적인 사람이다. 그는 샹그릴라 호텔의 웅장하고 매우 호화로운 살롱을 거닐며 "H&M과 협력해 내 어휘를 대중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컬렉션을 만들면서, 이제는 환상이나 꿈 같음을 지향하던 데에서 뛰쳐나와 오뜨꾸튀르의 공예적 측면에 달려들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디자이너 발리의 첫 번째 컬렉션으로, 전통적인 패션쇼 대신 자체 큐레이팅 전시회를 개최했다. 전시회의 형식은 마네킹에 옷을 입히고 사람들은 세 개의 방을 가로지르는 몽환적인 길을 그리며 옷들을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발리는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인 원단으로 볼륨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모든 수작업을 즐기기 위해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전시회를 위해 자신의 작품을 편집하는 것은 발리에게 효과적인 연습이 됐다. 발리에게는 그의 독보적인 DNA를 재확인 시켜주기 위한, 집중도 높은 옷들을 만들어냈다. 순수한 선이 끊기지 않는 정밀함과 꽃 같은 프릴의 가벼움 사이에서 나타난 끊임없는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발리는 더하거나 뺄 때 그의 극단적 성향이 보다 잘 드러낸다. 가끔은 복제된 듯 느껴지는 커다란 튤 재질을 이용해 가장 순수하게 표현된 튜닉들과 모든 것이 아름답게 드러나면서 디자이너가 가진 가장 위대한 전통인 쿠튀르(카푸치-Capucci, 발렌시아가- Balenciaga, 생 로랑-Saint Laurent)에 대한 애착과 그것을 현대화하려는 그의 맹렬한 추진력을 부각시켰다. 이것들은 효과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