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2019 가을 쿠튀르 쇼 피날레에서 매시브 어택의 'Safe from Harm'이 흘러나왔을 때, 버지니 비아드에게는 조용히 울려퍼지는 승리의 나팔소리처럼 들렸다. 故 칼 라거펠트의 후임이 된 버지니 비아드는 샤넬이 그녀의 손에 안착했음을 증명했다. 그녀의 멋진 데뷔작에는 우아함과 절제력, 샤넬 고객들의 기대를 읽어내는 통찰력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녀는 많은 이들의 염려에 메이지 않고 극적인 상황에 뒤이어 등장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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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같았던 라거펠트의 부재 이후에 열린 이번 쇼의 테마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패턴대로 흘러갔다. 모든 이들과 모든 것, 모든 곳들이 존재하는 순간에 대한 열망을 기반으로 한 라거펠트의 변화무쌍함은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담아놓은 거대한 가방 같았던 그의 컬렉션과 일맥상통했다. 마치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도서관 같았다. 그리고 라거펠트의 도서관은 전설적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비아드는 이번 쇼에서 고인이 된 라거펠트와 함께 책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는 것으로 그를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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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언제나처럼 그랜드 팔라스에 지어진 거대한 세트에서 진행됐지만 거대한 원형 도서관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라거펠트가 아닌 샤넬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보다 장황하게 설계된 공간이었음은 분명해 보였다. 많은 모델들이 독서용 안경을 썼고 눈썹을 강하게 표현해 심각해 보이도록 했다. 또한 머리는 명확하게 가르마를 타고 뒤로 당겨 하나로 꽉 묶었다. 사서들에게 어울릴 것 같은 트위드와 플랫슈즈를 매치했다. 그야말로 문학적인 느낌을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본질은 느낌을 내는 것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서들의 트위드는 깃털처럼 가벼운 코트 드레스와 바지정장으로 공중에 띄워진 듯 했고, 활기차 보이는 치마정장에는 파워숄더가 추가됐다. 한편으로는 층층이 쌓인 옷깃은 책의 페이지 같은 분위기를 표현했다. 또한 카이아 거버가 입은 선명한 핑크빛의 자카드 정장은 종이로 만든 꽃으로 장식해 종이의 변형을 담고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도서관이라는 주제에 묘하게 어울리는 인상적인 디테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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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쇼는 계속됐고 더욱 멋있어 졌다. 트위드가 반짝였고, 이지적인 방식으로 장식들이 더욱 강렬해졌다. 단색의 꽃들이 한쪽 어깨를 타고 내려오듯이 목에 걸려 있었다. 초현실적인 꽃무늬에 휘감긴 듯한 판타지적인 상의나 밀도 높게 수놓아진 바지 등이 매우 단순한 작품들과 짝을 이루어 선보여졌다. 마리안 존크만(Marjan Jonkman)의 빨간 벨벳드레스는 길쭉한 디너재킷 같았고 히치콕의 금발미인 같은 특별한 매력과 어우러져 무대에 올려졌다. 그 뒤에는 라거펠트가 사랑하는 빈 분리파의 엄격함을 나타내는 나비넥타이, 높은 옷깃, 하얀 소매를 덧댄 검은 벨벳 드레스와 샤넬 고유의 영감을 담은 남성적인 순수함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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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하늘거리고 수수한듯하지만 황홀하게 아름다운 이브닝 가운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한 신부는 쿠튀르의 전통적인 마무리로 적절했지만 깃털로 장식된 블러셔톤의 플리세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관습에 대한 비격식적이고 위트 있는 대응이었다. 이는 비아드가 라거펠드로부터 잘 배워왔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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