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베르사체' 2019 봄 레디투웨어 패션쇼는 '빅뱅'과 같았다. 이번 시즌 베르사체의 쇼에서는 황금기에 달한 슈퍼모델도 있었으며 실크스카프가 휘날리는 듯 화려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최대한의 신체에 대한 이해가 있었는가'라고 물으면 대답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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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벗어날 것만 같았던 쇼에서 베르사체 디자이너 도나텔라는 아슬아슬하게 총알을 피할 수 있었다. A/W시즌의 부족주의 스타일 이후에 나온 이 컬렉션에는 줄무늬, 체크, 색 팔레트에서부터 1970년대에 나온 잘려진 목도리, 집시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담겨 있었다. 허벅지 높이에서 잘려진 언발란스 드레스의 즉흥적이고 불안정한 느낌이 가진 관능성은 평상시보다 덜 구조적인 느낌을 줬다. 특히 휘장처럼 걸쳐진 장식과 루시프릴 장식은 기교적이고 교묘하게 이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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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눈 화장과 블록힐 펌프가 주는 묘한 빈티지스러움은 베르사체에게 어쩌면 이상할 수도 있는, 색다른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소한 빈티지함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게 느껴지는 짧은 가죽 옷들이 컬렉션의 스토리를 끊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을 때 조차도 거슬리지 않고 잘 어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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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택이 나는 검은 가죽 블레이저, 광택이 나는 가짜 비단뱀 가죽 코트, 가벼운 러플과 관능적인 슬릿 등 온갖 종류의 작품이 지나고서야 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분위기는 조금 혼란스러운 듯했다. 그러나 작품들이 항상 효과적이지는 않았을 뿐, 이번 컬렉션은 도나텔라가 베르사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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