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패션=김대견 기자] “내 사랑, 널 위해서라면 폭발하는 화산 속으로도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아.” 사랑에 빠진 이 남자, 죽음도 두렵지 않다. 하지만 남자는 시간이 갈수록 여자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 불만이 생긴다. 마침내 남자는 “내가 몇 번째야?”라는 입에 담아서는 절대 안 되는 금기어를 남발한다.

영화 ‘러브픽션’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애 스토리를 다뤘다. 이 영화에서 남자주인공 주월(하정우 분)과 여자주인공 희진(공효진 분)을 통해 본 연애사가 기막히다. 마치, 어디에서나 한 번쯤 본 듯한 장면들이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웃음을 가져다준다. 단기간에 150만 관객을 돌파할 만하다.

러브픽션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연예계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공효진의 패션이다. 희진의 스타일은 연애의 흐름에 따라 그 상황에 맞게 변해간다. 그녀의 행동, 대사보다 더 빨리 그녀의 감정을 전달하는 스타일은 영화 속 재미를 더한다.


●시스루 드레스 ‘팜므파탈’ : 꿈에 그리던 이상형. 시스루처럼 속이 비치는 새하얀 드레스에 세련된 단발머리, 도도하게 담배를 문 희진의 모습은 영락없는 팜므파탈. 소설가 주월이 ‘팜므파탈’이라는 제목만 정해두고 몇 개월째 한 글자도 써 내려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완벽한 팜므파탈 희진이 운명처럼 나타난다. 주월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핑크빛 재킷 ‘차도녀’ : 작가 특유의 글발로 희진을 유혹하기 위해 주월은 로맨틱한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그녀는 냉담하기만 한 커리어 우먼. 연락을 기다리는 주월은 가슴만 타들어간다. 참을 ‘인’자를 몇 번이나 새기고 새긴다. 그렇게 기다리다 지쳐 있는데, 마침내 온 희진의 연락에 한달음에 달려간다. 재킷과 흰 블라우스, 스키니를 매치한 희진의 모습은 다가서지 못할 만큼 완벽하다. 러블리한 핑크빛 재킷이 그녈 더 사랑스럽게 한다.


●러블리한 원피스 ‘흔들림’ : 희진은 드레스나 블라우스, 재킷 등 거리감이 느껴지는 옷들을 벗어던졌다. 그녀는 주월을 집에 초대해 술을 마시고 사진촬영을 한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편안한 복장은 주월이 조금 더 그녀에게 다가갈 용기를 준다. 며칠 뒤 영화 시사회에 주월을 초대한 희진은 러블리한 원피스 차림이다. 용기를 내어 술자리에서 고백을 하는 주월. 희진은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술자리를 마치고 길을 걷는 도중 주월의 용기 있는 고백에 희진은 뽀뽀로 화답한다. 연애의 시작이다.


●캐주얼 ‘방울방울’ : 주월의 눈에 비치는 희진은 너무 사랑스럽다. 그녀의 복장은 러블리하고 캐주얼하다. 이제는 커피숍이나 술집에서의 만남은 자제한다. 뜨거운 햇살 아래 상큼한 데이트를 즐기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절제된 세련미를 풍기던 희진은 다양한 프린팅이 들어간 컬러풀한 의상으로 활동성 있는 패션을 선보인다. 드디어 찾아온 첫날 밤. 예기치 못한 희진의 겨털에 주월은 놀란 가슴을 겨우 쓸어내리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재치 있는 말로 사랑을 이어간다. ‘너를 방울방울해’. 모든 여자가 좋아하는 ‘사랑해’라는 단어 말고 다른 단어를 원한 희진에게 주월은 ‘방울방울’한다는 닭살 멘트를 선물한다.


●펑키 스타일 ‘시듦’ : 주월은 희진의 겨털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녈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복잡하다. 겨털을 기르는 것도 모자라 친구들 앞에서 바지에 똥 싼 일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희진. 이것도 주월은 못마땅하다. 마치, 이런 여자를 누가 사랑해? 라는 주월의 생각처럼, 이런 복장을 한 여자를 누가 사랑해? 라는 복장을 한 희진. 달마시안처럼 검정 점박이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핫팬츠에 허벅지까지 오는 싸이하이 부츠를 신었다. 날카로운 찡이 박힌 펑키한 액세서리로 목과 머리에 포인트를 줬다. 좋게 말해 펑키하고 나쁘게 말해 괴상하다.


●‘평범한 복장’ 보통 여자 : 대학시절 많은 남자들과 만남을 가져 ‘스쿨버스’라는 별명을 가졌던 희진.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지만 주월은 ‘진실’ 쪽으로 마음을 기운다. 그의 마음은 더욱 그녀에게서 멀어진다. 동물원에 가던 날,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희진을 본 주월은 깜짝 놀란다. 그녀 바로 옆에 예전 여자친구가 서 있는데 둘의 패션이 놀랄 만큼 닮아있었기 때문. 스카프에 흰 셔츠 그리고 스키니진. 그의 눈에 이제 희진은 옛 여자친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처럼 더 이상 희진은 특별하지 않다. 그런 주월을 만나는 희진은 눈에 띄지 않는 황토색의 의상을 입거나 캐주얼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평범한 복장으로 등장한다.


●무채색 ‘이별’ : 희진의 사진전에 찾아간 주월은 놀란다. 사진은 사귀기 전에 헐벗은 채 모델을 하며 희진을 위해 애쓰며 포즈를 취하던 주월이다. 사진전에 걸린 자신의 누드사진에 화가 치밀었던 걸까. 우습게도 주월은 희진에게 가장 최선을 다했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날, 분노한다. 둘의 ‘방울방울’은 끝을 맺는다. 메마른 주월의 사랑처럼 희진의 의상은 온통 무채색이다. 블랙의 가죽재킷에 화이트셔츠 그리고 어두운 톤의 스키니진을 매치했다.


●차가운 의상 ‘제자리’ : 처음 주월을 만났을 때의 그녀처럼 다시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재킷이나 트렌치코트를 꺼내 입었다. 그때와 다른 건 차가워진 의상의 컬러다. 주월과 남이 된 희진은 러블리한 핑크빛 의상이나 화려한 드레스는 입지 않는다. 그저 시크하고 차갑기만 하다.


●따뜻한 의상 ‘재회’ :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고향 ‘알래스카’로 돌아온 희진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다시 그녀의 소중함을 깨달은 주월의 따뜻한 마음처럼 희진의 의상은 포근하다. 따뜻한 소재의 니트와 사랑스러운 핑크컬러의 비니는 주월의 편지를 받고 훈훈해 진 그녀의 마음처럼 몸을 따뜻하게 감싼다.


●‘방울방울’ 시즌2 : 다시 둘만의 ‘방울방울’을 시작한 희진을 바라보는 주월의 마음이 이럴까. 희진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고 깜찍하고 행복해 보인다. 따뜻한 니트와 강렬한 사랑을 상징하는 레드컬러의 스커트 그리고 깜찍한 루돌프 뿔 모양의 머리띠를 한 희진은 영화 속 여느 때보다 사랑스럽다. 너무나도 해맑게 웃는 그녀의 표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의 행복이 느껴진다.

<번외>


●액모부인 ‘혜영’ : 주월은 희진을 만나며 영감을 얻어 양방울이란 필명으로 황색신문에 소설 ‘액모부인’을 연재한다. 이 소설은 ‘러브픽션’에서 영화 속 영화로 하정우의 내적 갈등을 간접적으로 내비친다. 공효진의 과거를 듣게 된 이후에도 액모부인을 보호해주는 모습, 현실 세계에서 공효진의 과거 사생활을 고발한 남성을 패주는 장면 등을 통해 하정우의 복잡한 심리를 간단하게 보여주고 있다. 액모부인 혜영(공효진)은 주월이 희진에게 보고 싶은 모습. 때문에 혜영은 꾸미지 않은 청순한 헤어스타일과 의상으로 등장해 순수함을 어필한다.

<사진=영화 '러브픽션'>
http://youtu.be/gm5yYZc9h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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