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션은 옷보다는 브랜드 경험과 스토리텔링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패션의 겉포장만큼 흥미롭지 않다. 이전까지의 생로랑 쇼는 옷을 만드는 것에 대한 쇼맨십을 연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확실히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쇼들을 만들어냈다.

생로랑의 예술감독 앤서니 바카렐로는 두 번째 완전무결한 생 로랑 맨스웨어를 선보이기 위해, 파리에서 LA 외곽 말리부의 파라다이스 코브까지 갔다. 그곳은 판자를 겹겹이 쌓아 만든 캣워크를 세우기 위해 바위절벽에 둘러쌓인 매력적인 해변이 많이 있었다. 물론 바카렐로가 "모든 것이 검은 것"이라는 철학을 굳게 믿는 사람으로서 해질녘에 해변을 걷는 마르고 호리호리하며 모호한 남자들의 퍼레이드를 펼치기에도 검은 캣워크가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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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고 난해한 매력을 지닌 그 도시의 신비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으며, 바카렐로 또한 그 뒤를 이었다. 그는 무대 뒤에서 "새로운 마라케치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마라케치는 매력을 완전히 잃었지만 LA도 비슷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자유로운 영혼에 의해 이어지고 있는 역사도 없고 규칙도 없는 곳, 다른 세상과 거의 단절돼 있고 또한 완전히 단절할 수도 있는 도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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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력 뒤의 생각은 분명하고 명쾌했다. 모든 것은 한줄기 흐름 같은 것이었고, 올바른 흐름은 옷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 후에 이루어진, 먼 서쪽 해안으로 가는 여행은 흐름에 알맞았다. LA와 마라케치의 비교는 다소 억지스럽게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흐름에 맞았고, 비록 획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생 로랑 맨스웨어에 대한 바카렐로의 상상에 있어서 결정적인 진전을 보여주는 컬렉션이었으며 손에 잡힐 듯 뚜렷한 매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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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로랑의 남성복에 대한 경험이 없던 바카렐로는 남성복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데 꽤 애를 먹었는데, 그를 빠르게 각인시켰던 여성복과는 정반대였다. 작년 그의 첫 남성복 쇼와 남성복을 어설프게 따라한 듯한 여성복 쇼는 그의 전임자인 에디 슬리먼의 슬림한 라인의 스키니한 재봉과 타락한 느낌을 주는 의상에 메여 있던 것이 분명했다. 짧아진 블레이저, 잘려진 테일코트, 스토브파이프 진, 그리고 60년대 영국에서 유행하던 스타일을 변형한 경쾌한 느낌의 작품들은 지나친 연속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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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패션 쇼에도 여전히 이전과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가장 주목받는 것은 아니었다. 훨씬 더 흥미롭고 특별했던 것은 YSL의 DNA에서 취한 것을 반영하는 수놓아진 카프탄, 크게 부풀린 하렘팬츠와 튜닉, 그리고 조금 여성적인 느낌의 반짝임이었다. 바카렐로는 보헤미안의 정서를 YSL의 DNA에 흡수시켰다. 곧 생로랑의 이브가 마라케치에 녹아 있는 취한 듯하고 보헤미안적인 스타일을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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