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디올은 2019 봄 레디투웨어 컬렉션에서 배경이 된 거대한 광장에 구경거리로 가득 채워지길 원했다. 이에 이스라엘의 안무가 샤론 에얄(Sharon Eyal)과 그녀의 회사가 이를 맡았다. 성당에 빛이 비치는 듯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이뤄진 독특한 움직임들은 궁극적으로 보다 원초적인 군무에 빠져들게 했다. 그리고 강렬함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 마리아 그라시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의 어린 모델들이 첫발을 내딛었다. 모델들은 런웨이에서 다양하게 음영이 조절된 생기 없는 느낌의 회갈색으로 만들어진 카고 바지에 넥타이를 멘 듯 군복 느낌을 가진 바지정장을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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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패션쇼에서 무용수들은 낯설고 매혹적인 자유를 표현했다. 모델들은 꽉 묶인 머리와 단조로움으로 엄격함과 규율을 추구하는 듯 보였다. 그 중 눈을 매혹시킨 쪽은 무용수들이었다.런웨이에서 꽃을 수놓은 튤 재질의 발레스커트나 주름잡힌 드레스, 하늘거리고 겹겹이 쌓인 하얀 러플 장식 같은 섬세한 면모가 눈에 띄었지만, 이것들은 무용수보다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 또한 이어져 나온 탈색된 데님, 옴브레 코트, 마야풍 자수나 군대에서 영향을 받은 스포츠웨어 같은 작품들조차도 사람들을 매혹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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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얄 그룹의 춤이 눈길을 사로잡았던 만큼 그 옷들이 강렬한 슈트름 운드 그랑(sturm und drang;반계몽주의)없이 선보여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평하기도 한다. 이번 컬렉션이 선택한 방식은 오히려 모델이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특별히 치우리의 옷에 친밀감을 일으킬 수 있는 겸손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이런 예능적인 요소를 필요로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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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저 치우리가 직면한 디올에서 맡고 있는 직책의 규모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상상해볼 따름이다. 지금까지 그녀는 브랜드에 일종의 페미니스트라는 ‘새로운 모습’을 부여하고 매력적인 여성 활동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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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리 패션쇼의 첫 모습은 무용수 바우쉬(Bausch)의 몽환적 기질이 담겨 있었다. 비록 패션쇼의 끝부분은 모델이 쓴 베레모로 강조된 약간의 우울함과 엄격한 느낌의 델픽가운으로 대체됐지만 그녀의 쇼는 일종의 은유처럼 느껴졌다. 의도한 것인 지는 모르지만 치우리의 쇼는 그녀가 어두운 동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빛처럼 다가오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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