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사우스 런던 우편 센터의 지붕이 열렸을 때, 햇빛이 쏟아져들어왔다. 하늘조차도 버버리가 맞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지나온 시절 동안 지방시의 열렬한 가톨릭신앙은 모두 버버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에게 되돌아왔고 그는 주머니 속에 하느님을 넣어뒀다.
그러나 그가 버버리 데뷔하는 무대를 "왕국"이라고 불렀을 때,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천국이 아니었다. 르카르도 티시는 여왕에 대해 말할 때 다소 격해졌다. 그의 패션쇼 초대장은 서 버킹엄 궁으로 소환된다는 기대감이 들만한 동판으로 되어 있었다. 르카르도 티시는 그의 작품들이 왕관을 얹은 머리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밝고 아름답고 영국적인 모든 것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2019 봄 레디투웨어 쇼에는 "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을 위해 버버리 우산 밑에 옷장을 만드는 것"이라는 르카르도 티시의 설명이 확실히 이해될 만큼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로버트 델 나자(Robert Del Naja)의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에서 90년대 고전을 수정한 사운드 트랙이 1분 동안 사라졌더라면 버버리 브랜드의 상인들이 흥겹게 지그 춤을 추고 있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지나치게 길고 넓었던 무대의 크기는 (그것을 비전이라고 부르기에는 상업적인 고려에 너무 무게가 실린듯하여 망설여지지만) 컬렉션의 강점이자 약점이었다. 르카르도 티시가 버버리의 아이콘인 베이지 색 트렌치와 체크를 제시하기 위해 ‘세련된'이라는 문구가 어울리는 무대로 쇼를 시작했다. 그는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태초 군대의 화신으로서 사용했던 거대한 탄성벨트로 코트를 장식했다. 다른 작품에는 기습적으로 풍성한 악어가죽을 집어넣거나 즉각적으로 눈에 띌만큼 휘날리는 실크스카프를 끼워넣었다.
그런 다음 르카르도 티시는 체크를 가로줄무늬로 바꾸고 푸시켓보우 블라우스로 잘라냈다. 또는 그것을 트위드로 만들어 격식있는 코트에 엮어냈다. 예의, 격식이 중요했다. 그곳엔 푸시캣보우가 더 많았다. 그 다음엔 정밀한 뜨개질에 어울리는 아주 얇고 가벼운 소재의 주름 잡힌 스커트, 그리고 몇몇 비즈니스 중심의 블레이저가 있었다. 그러나 격식은 르카르도 티시에게 언제나 무한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가죽 펜슬 스커트를 선보였다. 또한 사빌레 로(Savile Row) 전통 혼례복에서 따왔고 마틀라세에 대한 도전에서 힌트를 얻은 프레자 베하 에리첸(Freja Beha Erichse) 맞춤형 3 피스 정장을 보여줬다. 한쌍의 옷은 허리 이음새가 분리되고 솔기가 터져 있었다. 우리가 느끼기에도 지나치게 격식 차린 것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실제로 작품들 속에서 르카르도 티시가 전부 사로잡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이번 쇼는 가장 성공적으로 그를 보여줬다. 그 뒤를 이어 '세련된' 신사복이, 예상대로 가는 줄무늬, 회색 플란넬, 카멜색과 함께 사빌레 로에서 그려졌다. 정장 재킷 위에 스웨터를 덧입고, 자물쇠가 채워진 체인 장식, 줄무늬 신발에 어울리는 바지 줄무늬 등의 근본 없는 듯한 디테일은 집중을 흩트릴 수 없었다.
그 후 '젊은' 버버리가 급류처럼 쏟아져나오자, 르카르도 티시는 1990년대 초 런던에 이사와 처음 눈이 휘둥그레 해졌던 17세 때 “부모 옷을 입고 다니전 젊은 세대가 오버사이즈와 섞은 빈티지를 펑크한 룩으로 이용한” 모습에 감명받았던 것이 농축되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토프린트, 그것을 자르거나 덮어버린 것, 그리고 그것을 요란하게 블랜딩한 것, 거리의 패션을 다양하게 비유한 것과 같은 요소들은 티시가 세대를 융합한 최초의 디자이너 중 하나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사슴무늬 속에 "왜 밤비를 죽였을까(물음표가 빠진)"라고 인쇄된 셔츠는 애처로움이 묻어났다. "누가 Bambi를 죽였는가?"라는 트랙은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쇠퇴와 추락서 특히 최악의 순간이었지만, 밤비는 르카르도 티시의 그래픽 신화 속에서 스타가 됐다. 펑크와 개인적인 신화의 조금 어색한 통합은 그날 쇼에서 특별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르카르도 티시가 개성을 열렬히 숭배하는 디자이너 중 하나라는 것을 봤을 때, 아마도 뒤이어 폭발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이브닝웨어가 나왔다. 줄지어 나온 7개의 검은 색 저지는 뒤늦게 추가된 것 같았다.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있었을 때의 버버리는 르카르도 티시가 지방시에 선보였던 여성복 컬렉션에서 완성한 극도의 화려함에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버버리에 와서 보여준 것처럼 심심하고 심플한 음영 표현은 그가 본인의 진짜 모습을 가슴 한켠에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전체 쇼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사운드 트랙에 로버트 델 나자 (Robert Del Naja)를 고용하고 로고를 고치기 위해 피터 사빌(Peter Savile)을 데려오면서 그는 런던에서 그가 자라나던 시대의 영웅들에게 편승했다. 르카르도 티시는 여전히 자신의 과거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