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이 럭셔리 브랜드 생로랑(Saint Laurent)을 떠났을 때,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시각이 있었지만, 10억 달러 이상인(그리고 성장 중인) 사업이 된 지금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 이 같은 성장에는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의 단호함과 성적인 매력이 분명하게 관련이 있다. 이는 2019 생로랑 봄 레디투웨어 패션쇼에서 알 수 있었다. 스키니를 입은 남자들과 마이크로 스커트를 입은 여자들, 그리고 그들이 걸친 반짝이는 작은 재킷들 등이 그 증거들이다. 다른 표현으로, 무대 위에 있던 것은 거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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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로랑 패션쇼에서 거울은 무대는 반사되는 풀이었고, 그곳에 비친 것은 유령처럼 하얗게 표백된 야자나무 스탠드였다. 지구가 끓어오른 듯이 증기가 그 주위를 감쌌다. 눈에 띄게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기 때문에 바카렐로의 옷의 인상적인 부자연스러움인 작음, 투명함, 하얀 레이스의 정갈함(예의)과 검은 가죽의 자유분방함의 독특한 상호 작용과 잘 어울렸다. 바카렐로는 "이브 생 로랑의 작품에 확고히 기반을 두고 있다"며 "이 야자수 나무들 조차도 북아프리카 YSL의 뿌리를 상기시켜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별, 넥타이 블라우스, 표범무늬 프린트, 모자, 무거운 플랫폼 신발과 같이 1970년대 초반 Yves가 1940년대를 돌아보았을 때처럼 이번 컬렉션에 대해 청사진이라는 언급이 많았다. 그러나 이브는 관능적인 자기 방종에 대한 뚜렷하고 어른스러운 감상을 가진 오랜 매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고, 지금 패션에 있어서 이에 필적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거의 없다. 이에 바카렐로가 소개한 것은 그 자신만의 하드하고 세련된 스타일이다. 차갑고 관능적이지 않은 단조롭게 쿵쿵거리는 사운드 트랙처럼 즐겁지 않고 엄격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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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렐로는 큰 활을 등에 맨 듯한 아두트(Adut akech)의 푸른색 드레스, 야구와 군복 자켓의 매력적인 하이브리드, 표범무늬가 프린트된 시폰 카프탄 같은 것들을 무대에 내놓았다. 그러나 젊은 모델들이 시원한 밤공기에 그들 몸의 일부를 드러내며 그들의 뾰족한 구두로 차가울 것 분명한 물을 튀기는 것을 보면서 (밑에 앉아 있는 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제쳐두더라도), 그 모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힘이 있다고 느끼고 있을까? 섹시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적어도 일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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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렐로는 혁명적이기보다는 진화적인 디자이너다. 시즌에 맞춰, 그는 생 로랑과 의견을 조정하고 가다듬었다. 나머지 부분은 훌륭한 상품화와 마케팅이 맡았다. 그 결과 10억 달러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에 내재되어 있던 거대한 그림자가 에디 슬리먼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Celine) 데뷔는 이번 시즌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다. 운명적이게도 바카렐로의 관리 속에 전임자의 반향인 반바지, 별, 신발들을 재구성했다는 것은 단지 세 가지 예에 불과하다. 우연의 일치란 없다. 결국 두 디자이너는 같은 아카이브에서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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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같은 물 웅덩이에 비친 거대하고 탈색된 야자나무가 마치 슬리먼이 사진 작업에서 탐구해 온 LA의 고딕적 비전에 대한 익살맞은 응수 같아 보이는 것은 단지 상상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디는 돌아오고 있고, 바카렐로는 지금 누가 생로랑의 남자인지 상기시키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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