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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기성복으로 돌아가다, 2019 F/W 파리패션위크
권희준 에디터 | 승인 2019.03.18 10:56|조회수 : 431

2019 F/W 파리 여성복 패션쇼에서는 완전히 반대되는 지향을 가진 쇼가 올려졌다. 양식을 깬 믹스매치를 한 루이비통이나 순수한 실루엣에 집중한 메종 마르지엘라를 만나볼 수 있었다. 각각의 접근법은 다양한 철학적 방향성에서 시작되었지만, 본질적으로는, tertium non datur , 세번째 길은 없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곧 세계는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고, 통제와 포기는 현 상황에 대한 반사적인 답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패션위크의 길이는 길어지는 트렌드를 따라서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길어지고 있다. 쇼는 계속 길어져서 때로는 백개가 넘는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한다. 치밀하게 편집되어 집중도 있게 요점을 파고드는 방식의 세련된 프레젠테이션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각 스타일의 모든 천과 색의 변화를 무대 위에 올려 우리가 제품 카탈로그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도록 만들고 있다. 또한 길어진 쇼는 브랜드 콘텐츠와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더 많이 유도할 수 있기에,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번 파리 패션위크의 가장 주된 이야기는 기성복으로의 회귀였다. 디자인 콘텐츠가 높지만 웨어러블한 옷, 이는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의 미학으로 기성복이 유행으로 여겨지고, 구식일수록 트렌디하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시대였다. 그것은 보다 현대적이고, 해방된, 현시대에 발맞춘 것을 의미했으며, 그것은 일을 보다 편하고, 쉽고, 빠르게 만드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했다. 그 당시의 쇼는 개념적인 것이 아닌 옷 그 자체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치마길이와 옷깃은 여전히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셀린느(Celine)에서 제시한 기성복은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의 데뷔 때부터 달려있던 극단적인 얇음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리고 부르주아의 짧은 치마바지, 주름진 치마, 푸시 보우(pussy bows; 나비모양 리본)의 넉넉함을 받아들였다. 이는 에디의 트랜드마크와 달리 매우 멋없고 단조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는 너무 젋어서 기성복을 기억하지 못할 청중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방법이었고, 그 시절을 버리지 않을 부르주아 여성들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상업적으로, 확실한 승자처럼 보였다.

Balenciaga Autumn/Winter 2019 

발렌시아가(Balenciaga)에서도 기성복의 영향을 받았다.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는 여전히 실제로 옷을 사는 사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 결과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흠잡을 데 없는 바지정장에서부터 이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실크 파티드레스와 같은 일상복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세련되게 일상의 모든 시간을 망라하고 있다. 이는 디자이너 패션이 한 때였다가 다시 오늘이 되는, 단지 특별한 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드의 일상생활 속에 완벽한 제안이 되는 것이다.

물론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넓은 어깨, 흐르는 듯한 선, 풍부한 볼륨감, 조여진 허리와 같은 특정 시대로의 귀환을 의미한다. 우리는 클라우드 몬타나(Claude Montana) 앤 마리 베레타(Anne Marie Beretta),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의 사진을 통해 그 시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최근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의 기억에 남는 최고의 쇼는 시대를 망라하는 최고의 작품으로 가득했다. 지방시(Givenchy)에서 클레어 웨이트 켈러(Clare Waight Keller)는 폭넓은 어깨, 세련된 재봉을 내보이며 조금씩 곳곳으로 펼쳐나가 대부분을 납득시키고 지배하였다.  생로랑(Saint Laurent)의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는 이브의 뮤즈(Betty Catroux, Loulou de la Falaise, Catherine Deneuve.)였던 이들의 끝없는 매력에 경의를 표하는 그만의 와이드 숄더 컬렉션을 내놓았다. 이것은 조금 어색했지만 전반적으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신선함의 왕으로 불리는 자크뮈스(Jacquemus)는 이번에는 디자인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어떤 지향에 둘 것인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원시 감각적인 순진한 개념주의는 이제 보다 성숙한 표현으로 진화해나가야 한다. 

Rick Owens Autumn/Winter 2019 

엄격함과 장식적인 측면의 더 큰 대결은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에서 만날 수 있었다. 엄격하고 남성적인 재봉은 상상을 뛰어넘은 꽃으로 피어났다. 그리고 나타샤 램지 레비(Natacha Ramsay-Levi)의 끌로에(Chloé)는 억지로 만들어낸 편안함 같이 살랑이는 드레스에 군복 식의 재단을 사용하였다.-매우 양식에 맞춘 미스매치인 것 처럼. 이번 파리 스타일을 이처럼 정의 내릴 수 있다. 줄리앙 도세나(Julien Dossena)의 파코라반(Paco Rabanne)도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 브랜드 중 유일하게 자신만의 방향으로 밀고 나갔다고 보여진다. 이번 시즌은 미래지향적인 그의 독특한 브랜드에서 출발하여 명백히 여성스럽고 매력적이었으며 여성들을 철저하게 입혀 내보였다. 이는 시각적으로 즐길 거리가 많았고, 이는 우리가 조금 어지럽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게 만들었다.

알렉산더 맥퀸 (Alexander McQueen)의 사라 버튼 (Sarah Burton)은 세련된 낭만주의의 예술을 가장 잘 표현해냈다. 그녀가 해낸 일은 주목할 만하다. 세련된 정장과 여성스러운 드레스 모두에 강렬한 부츠를 신기는 것은 이제껏 흔치 않게 느껴졌을 만 한 것이지만 지금은 새로운 공식으로 바뀐 것 같다.. 로에베(Loewe)의 조나단 앤더슨 (Jonathan Anderson)은 독특한 균형을 이끌어냈다. 그는 미친 듯한 믹스를 내어 놓았으며 미친듯이 우회하여 우리를 콜렉션에 도달하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 엄청난 절제를 해내고 작가의 완고함을 지켜낸 것에 감탄해야 한다. 그의 최근 컬렉션에는 스페인드라마에서 얻은 힌트와 반갑게 느껴지는 신선한 엄격함이 있었다. 이러한 환영은 피비 필로 (Phoebe Philo)의 부재로 인해 사람들이 느낀 공허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오프 화이트 (Off-White)의 버질 아 블로 (Virginia Abloh)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다. 이번 시즌 그는 형식적인 재봉, 유행하는 의상, 약간의 관념적인 것과 같은 자본적인 패션을 포함한 거리의 패션을 떨쳐냈다. 우리는 그의 열정적인 접근법에 감탄해야하지만 이는 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가 잊어버린 시대에도 미약할지라도 입혀지고 있었다. 마린 세르(Marine Serre)도 신중해야한다. 그녀의 사이버 핑크, 원시적인 미래파 콜렉션은 1990년대 고티에(Gaultier)의 컬렉션의 새로운 버전으로 보였다.

Alexander McQueen Autumn/Winter 2019 | Source: INDIGITAL.TV

이번 시즌의 가장 훌륭한 쇼는 내용으로 겉치장을 할 필요가 없는 대담하고 진정한 발명품처럼 드레스 메이킹에만 집중된 것이었다. 확실히 팔릴 수는 있지만 조금뿐인 페미니즘 메시지가 부착된 옷을 우리는 필요로 하는가?-물론 디올(Dior)을 떠올릴 수 있지만. 피에르 파올로(Pierpaolo Piccioli)의 최고로 단순하지만 가장 영혼이 담긴 작품을 두고도 우리는 타카하시  준(Jun Takahashi)의 그래픽과 발렌티노(Valentino)의 터무니 없는 시가 필요한가?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가 성의없는 미우미우 (Miu Miu)쇼를 통해 카모플라쥬를 내어 놓았을 때도 우리는 여전히 그녀의 철학적 사색이 담긴 카모플라쥬라고 믿을 수 있는가? 또한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니콜라스 게스 퀴에르(Nicolas Ghesquière)의 작품과 같이 영혼없은 80년대 매쉬업을 우리는 정말로 필요로 하는가? 그렇지 않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창조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모두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의 작품은, 블랙홀처럼 실루엣과 드레스를 아우르는 치밀함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이음새 없이 완벽하게 연결짓는다. 릭 오웬(Rick Owens)의 잔인할 정도의 매력은 캣워크와 실생활에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량이 자아낸 것이다. 강력한 쇼는 항상 옷에 힘을 실어주고 무가치한 것으로 포장하려 하지 않는 법이다. 이것이 오늘날, 기성복으로의 회귀(return of prêt-à-porter)인 것이다.

 

권희준 에디터  media@kstarfash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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