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멍 2017 f/w

아저씨들이 대충 입는 스타일을 우러러 봐야 한다. 일명, ‘아재패션’이 트렌드로 뜨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개그 소재로 사용된 ‘아재패션’이 전 세계 패션가를 이끌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하이패션’을 뛰어넘는다. 명품들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촌스러운 컬러와 어벙한 실루엣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패션을 ‘고프코어(Gorpcore)’라고 부른다. 고프코어는 정장와 셔츠에 플리스 집업 점퍼를 입거나, 양말에 스포츠 샌들을 신 듯 패션 따윈 관심 없이 실용성만 추구한다. 아재패션 뿐만 아니라 ‘어글리 프리티(Ugly Pretty·못생긴 게 패션이 됐다는 뜻)’, ‘안티 패션(Anti fashion·반 패션)’ 등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구찌 2018 f/w
®발렌시아가 트리플s


에디터 SIRI.

패션이 추구하는 특별함이 이제는 아빠 옷장을 열도록 했다. 옷을 구매하기보다는 아빠 옷을 빌려 입으면 ‘고프코어’를 완벽 재현한 트렌디한 패션피플이 될 것이다. 예전에는 언니 동생이 옷을 가지고 싸웠다면, 아빠와 싸울 판이다. 아빠는 등산갈 때 입는 바람막이 등을 자식들 방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출시한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가 ‘못생김’이라는 디자인을 만나 인기를 끌었다. 패션가에서는 일명 ‘어글리 슈즈’ 사건이었다. 이게 ‘고프코어’의 전초전이었던 것 같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이 신발은 구매하기조차도 어려웠다. (우리 미디어가 쓴 기사를 보고 발렌시아가 트리플S를 구매할 수 있냐고 전화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제는 패션을 넘어 ‘못생긴 얼굴’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하하) 기대된다.  

발렌시아가 2018 f/w

에디터 OK. 

최근에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집하 ‘트렌드 코리아 2018’을 읽었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자신만의 확실한 개성이 있다면, 심지어는 못생겨도 매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즉, 소비자들이 개성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매력 있는 상품을 찾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게 바로, ‘고프코어’와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찾는다. 패션가는 늘 그 새로움을 갈구한다. 어찌 보면, ‘고프코어’는 새로움을 찾다가 다시 만난 과거와 같지 않을까. 남들과 다른 패션을 찾다보니, 과거의 레트로풍이 유행이 됐고, 기성세대의 패션이 이제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 새롭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SNS의 인기가 차별화된 이미지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낯선 것을 넘어 못생긴 이미지까지 추구하는 현상이다. 연예인도 보면, SNS에 예쁜 사진뿐만 아니라 못생긴 표정을 하는 사진도 올리고 있다.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베트멍 인스타그램

에디터 GG. 

과거 ‘패션테러리스트’를 이제는 ‘패셔니스타’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신고, 원피스에 바람막이를 입는 등 아무렇게나 입은 ‘어글리 패션’이 대우를 받는 시대가 됐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패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기성세대가 선호했던 명품은 이 세대에게 통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명품 업계가 스트리트 패션과 손을 잡는 대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해 콧대가 높은 루이비통이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에게 손을 내민 사건은 ‘패션 역사에 남을 만남’이라고 호평이 이어졌다. 두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은 품절사태까지 빚었으니 말이다. 편안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놈코어룩, 스트리트 패션을 추구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고프코어’라는 초강수를 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부터 무조건 양말은 복숭아뼈 위까지 올려 신어 ‘패셔니스타’ 반열에 올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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