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도 TV를 보고 싶습니다.

“TV좀 그만보고 와서 밥 먹어라!” 어릴 적 누구나 자주 들었던 소리일 것이다. TV 프로그램에 빠진 자녀들에게 말하는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단골 멘트다. 하지만 ‘본방사수’라는 네 글자 때문에 우리는 늘 어머니와 실랑이를 한다. 

이런 웃지 못 할 에피소드는 성인이 된 지금도 모자지간에 회자된다. TV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희로애락을 선사하며 안식처의 역할을 한다. 물론 스트레스 해소는 덤이다. 좋아하는 드라마가 종영 된 이후의 에필로그는 회식자리의 중요한 안주기도 하다. 이처럼 TV시청이 많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더 이상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임을 부정하긴 어렵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소중한 TV시청이 누군가에겐 누리기 어려운 행위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잔소리를 외면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본방사수’가 평생의 꿈으로 자리 잡은 사람들 말이다. 상상이 되는가. TV시청이 평생의 꿈이라니. 최근에 가장 충격을 줬던 말이 떠오른다. “우리 시‧청각 장애인도 TV 보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방송법 등 관계법령 상에 시‧청각 장애인과 같은 방송소외계층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다. ‘장애인방송 제공 의무’가 그것인데, 장애인방송이란 화면 움직임을 말로 설명해주는 등 장애인도 비(非)장애인과 같이 방송을 보고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서비스다. 흔히 뉴스를 보면 오른쪽 하단에 수어통역사가 나와 출연자의 멘트 등을 통역해주는데, 이 또한 장애인방송 중 하나다. 

그간 장애인방송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방송사가 적었다면, 현재는 155개라는 전국의 많은 방송사들이 장애인방송을 제작 및 편성하고 있다. 장애인방송 편성 비율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실을 주변에선 많이 알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부끄럽지만 필자 역시 관심을 갖게 된 지는 오래 지나지 않았다.

관심의 차이가 변화를 이끌고, 그 변화가 성공의 열쇠라고 했던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자부심이 자만으로 바뀌지 않기 위해선, 그리고 모름지기 성공의 열쇠를 쥐기 위해선 장애인방송에 대한 모두의 관심이 절실하다.

약 3년 전, 가을을 상징한다는 꽃인 코스모스가 만개하는 날에 사회복지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당시 모 전공수업을 듣는데 다음과 같은 문구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장애인과 비(非)장애인을 구분하기 전에 모두가 잠정적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불의의 사고로 모두가 장애를 입을 수 있으니, 외면보다 공감과 관심을 아끼지 말자는 이 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닐까.

 

글/사진. 시청자미디어재단 주임 김영진

저작권자 © 스타패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