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기타로 시작해서 기타로 끝나요.”

가수 하현곤은 예상 밖의 대답을 했다. 2000년 초반 인기를 끌었던 남성 7인조 밴드 ‘클릭비’에서 그는 드러머였다. 그런데 이제 그가 기타에 빠져 있다고 하니 놀라웠다. 하현곤은 2002년 ‘클릭비’에서 탈퇴하고 나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가 집에서 기타를 절대 케이스에 넣지 않은 이유도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작곡하기 위해서였다.

꽃미남 밴드 ‘클릭비’라는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하현곤은 ‘하현곤 팩토리’라는 이름으로 ‘하팩캘린더’란 프로젝트 앨범을 2012년부터 매달 한 장씩 발매했다. 현재까지 50장이 넘는 앨범을 발매할 정도로 왕성한 음악 활동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13년 만에 7인조 완전체로 모인 ‘클릭비’에 합류하기도 했다.

올해 5월엔 소속사를 옮긴 후 첫 싱글 앨범인 필소굿(Feel So Good)’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에는 하현곤 특유의 감성과 멜로디가 담겨있다. 특히 사랑을 시작할 때의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 좋은 설렘과 구름 위를 노니는 듯 달콤하게 피어나는 행복한 감정을 ‘굿’이라는 한 마디로 귀엽게 표현한 센스 있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하현곤을 새로 옮긴 소속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본지는 하현곤의 ①인생 ②스타일 ③음악 등 세 가지 컨셉으로 나눠 인터뷰를 했다.

Q. 새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간단히 소개해 달라.

봄에 편안하게 이지 리스닝할 수 있는 곡이다. ‘오늘 하루가 너무 좋다’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다 ‘굿(Good)'을 떠올렸고, 이를 토대로 가사를 썼다. 봄에 연인끼리 드라이브를 하거나 산책을 하면서 들어도 쉽게 공감할 만한 노래다.

또 미디움 템포의 포크송으로 통기타를 메인 악기로 사용해도 얼마든지 세련된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아울러 기계음 같은 걸 배제하고 깔끔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고 싶었다. 내 음악을 패션에 비유하자면 댄디 룩이라고 할 수 있다.(웃음)

Q. 가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사랑을 시작하는 두근거리는 마음이 잘 표현돼 있다. 하현곤의 이상형은 어떤 여자인가.

예전에는 머리 길이와 몸매는 어떻고, 예뻐야 한다는 등 외적인 부분을 중요시했다면 지금은 현실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물론 예쁘고 몸매 좋고, 키도 크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요즘에는 진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더 끌린다.

또 취미가 같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좋아지더라. 이성을 만나게 되면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데, 아직까진 느낌이 오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연애하기 딱 좋은 날씨이긴 한데 말이다.(웃음)

Q. 매달 한 곡씩 발표를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경제적인 문제, 사람과의 문제 등 포기하고 싶을 때가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기타를 치게 되고 가사를 쓰게 되고 곡을 만들게 되더라. 사람들은 각자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나는 자기 전에 기타를 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게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이게 오래 지속이 되다 보니 어느 샌가 습관이 돼버렸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날의 느낌에 따라 기타를 치고 멜로디를 만든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쭉 생각해 보면 하고 싶은 얘기가 생긴다. 그걸 가사로 옮기는 방식이다.

Q. 그간 낸 앨범 가운데 에피소드가 있는 곡을 꼽는다면.

2012년부터 매달 앨범을 발표하면서 딱 한 번 거른 적이 있다. 바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다. 당시 어른으로서 뭔가 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가슴이 아팠고 슬펐다. 음악인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같은 해 12월 정규앨범에 ‘두번 다시’라는 추모곡을 만들어 넣었다.

또 2012년 2월에 발표한 ‘필링(Feeling)’도 애착이 가는 곡이다. 이 노래는 멜로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웃기다. 어느 날 기타를 치고 있는데 멜로디가 정말 떠오르지 않았다. 당시에 온라인 고스톱에 빠져있었는데 돈을 많이 땄다. 기분이 정말 좋았고, 그 기분을 이어가 기타를 쳐서 만든 노래다.

마지막으로 2013년 4월에 나온 ‘블랙 데이(Black Day)’도 인상 깊다. 블랙 데이에 중국집을 갔는데 죄다 커플들이 앉아 있었다. 혼자 자장면 곱빼기를 시켜서 배불리 먹고 집에 걸어오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금의 감정을 노래로 써야겠다’고 해서 탄생한 곡이다.

Q. 최근 유호석 씨가 ‘에반’이라는 이름으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고, 노민혁 씨도 ‘애쉬그레이’라는 이름으로 새 음반을 발표했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활동 시기가 우연히 맞아 떨어졌는데 기분이 좋고 반가울 따름이다. 각자 활동을 하면서 개인의 입지를 탄탄히 하면 나중에 클릭비 활동을 할 때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석이는 관리를 잘하는 건지 타고난 건지 얼굴에 주름 하나 없이 예전 그대로다. 또 민혁이는 랩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 노래는 잘 못하는데 랩은 정말 잘 하더라.(웃음)

글. 스타패션 장경석

사진. 스타패션 장경석, 피앤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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